의무감에 하던 화장 안하니 출근 여유도…”탈코르셋”

마스크 시대의 역설…’꾸밈 노동’에서 탈출한 직장인들

“예전엔 의무감 때문에 화장을 했는데, 요즘엔 거의 안 해요. 예의 차리기 위한 ‘꾸밈노동’에서 벗어나니 편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진 지 수개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만 가끔 착용하던 마스크는 어느덧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감염병 시대가 만들어낸 불편함과 제약에 답답해하는 이가 많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얼굴이 가려지니 회사에서 외모로 간섭받을 일이 줄었다며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마스크 덕분에 화장과 같은 ‘꾸밈노동’에서 탈출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남모(27)씨는 11일 “코로나19 이후 점심시간 빼고는 항상 마스크를 쓰다 보니 요새는 거의 화장하지 않고 출근한다”며 “출근에 들이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고 화장품에 쓰는 돈도 아끼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26)씨도 “전에는 의무감에 기본 화장 정도는 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선크림이나 립밤 정도만 바른다”며 “하고 싶지도 않은데 예의 차리기 위해 억지로 했던 꾸밈노동에서 벗어나니 편하고 좋다”고 했다.

마스크로 가려지는 코와 입 부분을 제외하고 눈 주변만 화장하는 신종 화장법도 생겼다. 직장인 A씨는 “사람을 만날수록 마스크를 잘 쓰는 게 예의가 되다 보니 화장을 안 하게 된다”며 “눈썹이랑 아이라인 정도만 그린다”고 말했다.

화장이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증명된다. 화장품이 주력 상품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애경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선크림 등 기초화장품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색조화장품의 판매량 감소 폭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그동안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화장을 강요받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화장은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화장”이라고 분석했다.

배 대표는 “암묵적으로 강요되던 화장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각성 행위”라며 “억압과 요구를 벗어던진다는 의미에서 ‘탈코르셋’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성들 가운데서도 마스크 덕에 외모 관리가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남성 직장인 박모(30)씨는 “평소 수염이 워낙 빨리 자라서 아침에 면도하고 와도 퇴근 즈음이면 부장님한테서 수염이 지저분하다는 핀잔을 듣곤 했다”며 “업무와 무관한 지적을 걱정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할 수 있어 마스크를 쓰는 쪽이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W그룹, 속옷 등 10억원어치 서울 취약계층에 기부

SBW그룹이 속옷·내복·마스크 등 제품 10억원어치를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고 서울시가 11일 밝혔다.

기부물품 중 남성의류 위주인 ㈜쌍방울 제품은 서울노숙인시설협회를 통해 거리노숙인 시설에 우선 배분된다.

여성의류 위주인 ㈜비비안 제품은 여성 노숙인 시설과 쪽방촌에 일부 배분되고 남은 물량이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서울광역푸드뱅크)를 통해 25개 자치구 취약계층과 차상위 시민에게도 지원된다.

서울시는 11일 오전 시청사 본관에서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구자권 SBW 그룹 총괄 부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배명희 서울노숙인시설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숙인, 쪽방촌 주민들의 위생 및 건강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구자권 부회장은 “이번 협약식 및 물품전달식을 계기로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에게 깨끗하고 질 좋은 의류만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